이창희 칼럼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지 뭐…”

KAGROPA 0 14,408 2011.04.08 06:17

5가 이야기--1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지 뭐…”

폴이 들려 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동안의 의문이 한꺼번에 풀리기는 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는 말이새삼스러웠다.

5가 지역에 한 집 건너 한 집 식으로 아프리칸 헤어 브레이딩 가게가 늘어서고 두 집 건너 한 집 식으로 네일 살롱이 등장하며 세 집에 한 집 식으로 데이케어 센터가 문을 여는 이유가 다 똑 같았던 것이다.

5가 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폴에 의하면 아프리칸 헤어 브레이딩 스토어들이 모두 서로 아는 사람들이 차려 나가는 것이고 그 때문에 업주들 간에 사이가 나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라는 업소에서 종업원으로 일을하며 기술을 배운 사람이 어느 정도 기술을 익히면 바로 인근에 B라는 업소를 꾸며 자기가 서빙하던 손님을 뺏어 간다는 것이다.

헤어 브레이딩이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자본이 적게 들고 단골 고객만 확보하면 나름대로 쏠쏠하기 때문에 우후죽순 식으로 생겨나기도 하지만 그 ‘신장개업’의 뒷면에는 이처럼 배신 아닌 배신, 상도의를 저버리는 행위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래서 이들끼리는 길에서 마주쳐도 서로 외면하고 속으로 “두고 보자”며 벼르는 앙심만 커져간다.

한인 사회에도 한때는 “가게가 잘되면 반드시 누군가가 차리고 들어오기 때문에 절대로 가게 잘된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가 돌던 적이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은지 5가 지역의 타 인종들도 동족들이 차리고 들어오는 동종 업소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다.

5가 지역에서 한국인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월남인들은 네일 살롱을 선호하기 때문에 5가 지역에 빈 틈만 있으면 가게를 차리고 들어온다.

네일 살롱은 자본도 많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초보, 중간 기술자, 고급 기술자 등 단계별로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사리 시작하기 어렵지만 목숨걸고 들어오기 때문에 이미 5가 지역에만 10 개의 네일 살롱이 있는데 최근에 또 하나의 네일 살롱이 신장개업 하고 손님들을 모으고 있다.

월남 사람들 역시 동종 업종 종사자들끼리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 웬만한 지역 모임에서 만나도 서로 외면하기는 아프리칸 헤어 브레이딩 종사자들과 다름이 없다.

월남 사람들은 5가 지역에 생각보다 건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슬금슬금 몰려 온 월남인들이 어느덧 한인들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그룹이 된 것이다.

손톱 가게를 선호하던 월남인들은 최근에는 5가 지역에 월남식 카페를 많이 꾸미고 있다.

노래방 기계를 갖다 놓고 차와 음료 그리고 월남 국수 같은 음식도 파는 월남식 카페는 낮에는 출입하는 손님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과연 영업이 되기는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월남인들은 일과후 이런 카페에 모여 음식을 먹으며 음악도 즐기고 마작 같은 놀이도 하고 일부는 고스톱 같은 도박성 놀이로 적지 않은 현찰이 오가기도 한다고 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중국인들이 한국인과 월남인에 이은 메이저 그룹인데 이들은 테이크 아웃 중국 음식점과 맥주 가게를 많이 하고 있다.

5가 지역에서 한인이 하는 맥주 가게는 한 군데 밖에 없지만 이 가게가 5가 지역 맥주 가게 가운데서 가장 잘된다고 소문이 나있다.

중국인들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요즘은 극심한 불경기로 이들도 고전을 하고 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몇 몇 백인들은 피자 가게와 바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셀폰 업종이 급증해 3개의 셀폰 가게가 같은 블락에서 나란히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지난 2년 동안에 급증한 업소가 바로 데이캐어 센터다.

부모들이 출근 길에 아이를 맡겨 놓고 퇴근 길에 찾아가는 데이캐어 센터는 부모가 자격이 되면 펜주 정부에서 85%를 지원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데이캐어 센터를 차리기만 하면 영업은 개런티라는 의식이 생겨 곳곳에서 신장개업을 하고 있다.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윌리엄은 지난 여름부터 5가 지역의 한 건물을 빌려서 데이캐어 센터를 꾸미고 있는데 아직 최종 인스펙션을 통과하지 못했다.

인스펙터가 올 때마다 다른 사람이 오고 그 때마다 다른 것을 지적해서 “끝이 없다”고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헤어 브레이딩과 유사 업종인 이발소도 많은데 최근에 그 이발소 가운데 한 곳이 문을 닫았다.

과당 경쟁으로 손님은 떨어지고 렌트비는 밀려 결국 폐업한 것이다.

5가 지역 상인들은 시큐리티와 주차난 해소를 가강 시급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업종의 비지니스가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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