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자마자 미스 데비가 들어 왔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손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코리가 앉던 자리를 고집한다.
바의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은 영락없는
코리다.
무거운 고개를 들어 135도 각도로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까지 빼다 박았다.
150cm의 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는 앉으나 서나 별 차이가 없는 미스 데비지만 그 무거운 머리를 내리 흔들고 좌우로 흔드는
모습과 다 빠지고 몇 개 안 남은 이빨 사이로 혀를 날름 거리며 투박한 어투로 아들에
대해 중얼거릴 때는 상대방에게 묘한 모정을 던져 준다.
오늘도 “우리 코리가 이제는 없어…”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더듬거릴 때 단골 웨이트레스는 얼른 “I am sorry!”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켰다.
코리는 약 열흘 전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스물 몇 살의 생을 마감한 미스 데비의 외아들이다.
홀어머니와 4명의 누이동생을 뒤로 하고 먼저 떠난 코리는 어릴 때 무척이나 명랑하고 활발한
소년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상 피츠버그의 요리학교에
진학을 했고 졸업을 할 때까지 여전히 활발하며 이곳저곳에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현실이라는
새로운 막이 오른 후 때마침 불어닥친 불경기로 곳곳에서 “Only Fire
no Hire”라는 말만 들리며 앞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구한 일자리는 며칠 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꿈이 빚어내던 그의 순진한 미소는 점점 구겨지기 시작했다.
어느 아침 일찍 찾아와 바의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코리는
다음 날에는 음식을 시켜 놓고는 고개를 135도 각도로 들어 허공을 바라보다 창밖을 바라보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나갔다가는 몇 시간 후에 다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상한 행동이 퍼지면서 코리가 며칠씩
보이지 않게 된 것은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저먼타운 하스피탈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미스 데비가 전하고 다시 며칠 후에는 퇴원해 집에서 요양중이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상황도 전해 주곤했다.
한밤 중에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바로 넘겨지기도 했다는 소식도 웨이트레스들을 통해 들여왔다.
병원과 집과 경찰서를 오갈때 조금씩
코리의 행동에 대한 원인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울증.
코리의 병명은 큰 기대와 포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던져 준 우울증이었다고 했다.
미스 코리가 “아들이 자살할까 두렵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코리의 증세가 점점 깊어갈 무렵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새벽 몰래 집을 빠져 나간 코리는 달려 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짧은 생을 마쳤다.
미스 데비가 새벽에 가게에 들려 코리가 앉던 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려 줄 때 눈가는 젖어 있었지만 크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간간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기는 했지만
그 손길에는 그 동안의 긴장과 걱정이
모두 끝난 것에 대한허탈도 담겨 있었다.
코리네 가족은 우리 가게와 인연이 깊다.
미스 데비와 세 명의 딸들이 모두 웨이트리스였고 코리는 어릴 때부터 접시 닦이로 시작해 요리 학교를 다닐 때면 방학을 이용해 요리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엄마가 처음 웨이트리스로 일을 하던 시절로 거슬러 가면 대략 20년 정도이고 엄마와 아들 딸들이 일을 한 시간을 합하면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시간이라고 한다.
코리가 고정적으로 앉던 자리, 바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의자는 다른 사람들이 잘 앉지 않는 곳이다.
입구와 가깝고 끝자리에는 화분과 장식품이
있어 상대적으로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리는 창을 통해 지나 다니는 사람들과 자동차를 바라볼 수 있고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과 나가는 손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며 오가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붙잡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길목이기도 했기에 마음이
고픈 코리에게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충족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
미스 데비는 눈물을 훔친 후 장례 일정과 장소 등을 알려주었다.
일주일 후 오전 11시에 자신이 다니던 3가의 교회에서 뷰잉과 입관 절차가 치러진다고 했다.
미스 데비가 돌아간 후 웨이트리스들이 신문에 코리의 사망 기사가 났다고 알려 주었다.
세일즈 맨과 코리는 유가족이 없다는
점과 인종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보험 가입 여부의 차이 밖에 없다.
모두 경제 위기가 빚어낸 비극이다.
미스 데비가 떠나 텅 빈 자리, 코리의 자리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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